INTERVIEW

  • 18호 책상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

    | 2015-09-02 | 조회수 2578
    • 김보통 (웹툰 작가)  

       

      Prologue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트위터에서였다. 당시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에게 사진을 보내는 사람에게 그림을 그려줬다. 나 역시 사진을 보냈고, 며칠 후 그림을 받았다. 사진보다 그림이 더 예뻐 무척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자주 말문이 막혔다. 언뜻 보기엔 그는 여느 남자들처럼 보통의 남자였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보통이 아니었다.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맞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꾸준히 싸우는 사람, 약자를 도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을 만드는 게 꿈인 사람. ‘도서관장 김보통이라는 명함을 받게 될 그 날이 머지않았음을 안다.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만화가 김보통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보통이라는 필명을 쓰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어감도 예쁘고, 영어로 썼을 때도 예쁘고, 한글 의미도 좋은 것 같아

      서 쓰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만화가가 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만화가가 되셨나요?

      원래 회사는 들어가만 보고, 다닐 생각은 없었어요. 입사하고 석 달 정도 있다가 그만둔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일단은 효도하는 마음으로 다니자 해서 몇 년 더 다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별한 계획이나 준비가 있어서 그만둔 건 아니었어요. 그만둔 다음 날 바로 여행을 떠났어요. 2주 정도 오키나와에 갔는데, 다녀오고 나서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데 없어요 솔직히. 여태까지 회사를 가기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죠. 그냥 회사 다니면서 평생 살 줄 알았고, 그걸로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막막하기는 한데 딱히 대안은 없어요. 10~20대 때 그런 생각을 해보질 않았으니까. 내가 혹시 회사원이 적성에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니까. 여행지에서도 답은 없고, 돌아와서는 계속 집에 있었어요. 그동안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잠자고, 쉬는 거를 다섯 달을 했어요. 그러니 당연히 내외적으로 압박이 들어오죠. 뭐 해먹고 살 거냐. 뭐 준비하고 있느냐. 그럴 때마다 뭐 준비하는 중이라고 거짓말하면서 스스로도 불안하게 살았죠. 그러다 우연히 트위터를 하게 됐어요. 딱히 할 게 없잖아요.(웃음) 마침 책상에 노트가 있길래 그림이라도 그려서 올릴까 해서 그림을 올리게 됐어요. 그러다가 만화 그려 보겠냐는 제의가 왔고, 만화를 그리다 보니 글도 써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 식으로 하게 된 거예요.  

       

      스물여섯 암환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아만자>라는 웹툰을 연재 중이신데요. 어떻게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아버지가 암환자셨다 보니까 암환자들 모임에 저를 자주 데려가셨어요. 갓 제대하고 어릴 때였는데, 그때 느낀 게 많았어요. 암환자들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되게 달라요. 방송에서는 주로 말기암 환자거나 소아암 환자들만 보여주는데, 소아암 환자들을 보여주는 이유는 동정심 유발이에요. 근데 소아암 환자들은 95프로 완치를 해요. 말기암 환자를 보여주는 이유는 그와 반대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비통함을 유발하기 위한 건데 중간에 껴있는 젊은 암환자들은 항상 외면 돼요. 그러다가 젊은 암환자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되게 충격적이었죠. 젊은 암환자들 같은 경우, 애매하거든요. 아무것도 이뤄놓지 않은 상태에서 암입니다.’ 라는 소리를 들으면 최선을 다해서 취업을 하겠어요, 운동을 하겠어요. 앞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흔들려버리는 거예요. 그럼 아예 의지를 꺾어버리는 게 되는 거죠. ‘항암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나는 게임이나 하련다.’ 같은 현실을 외면하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죽겠다고 차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외면 받는 젊은 암환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리게 된 거예요.

       

      <아만자>에는 현실 이야기와 숲 이야기가 나와요. 왜 자꾸 숲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를 못 하시는 독자들도 많고요. 암환자 이야기에서 동화 같기도 한 숲 이야기를 굳이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아버지가 투병 중이실 때 진통제에 취해서 깨고 잠드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버지가 주무시면서 혼자 여행을 하시는 게 아닐까? 깨시면 어디 다녀온 사람처럼 횡설수설하세요.

      그냥 변화해가는 심리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완전히 꿈도 아니고, 그렇다고 숲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어떤 상징적인 것들을 뜻하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 육체가 무너져 가는 동시

      에 정신적으로 무너져 가는 상황이잖아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스스로 이해해나가는 과정

      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몸과 마음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물론 그게 다는 아니지만 스포일러를 하면 안 되니

      .(웃음)

       

      92화부터는 웃길 거라고 하셨는데 진짜 그런가요?

      실패했어요.(웃음) 100화부터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아만자>의 작업과정은 보통 어떻게 되나요?

      끝 장면 하나만 생각해놓고 그리기 시작했다고 보시면 돼요. 중간은 몰라요. 기와 결만 있고, 승과 전은 그때그때 마감 닥치면 하는 식이에요. 결말이 정해져 있다 보니 조금 돌아가긴 해도 끝은 정해져 있어요. 근데 점점 산으로 가서 큰일이에요.(웃음)

       

      회사원 이야기를 담은 웹툰을 계획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보통 회사원 웹툰이라고 하면 미생이나 송곳이 떠오르는데요. 작가님만의 회사원 웹툰이 무척 궁금해요.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길 들었어요. 사람들이 가고 싶은 회사는 미생이고, 마주하는 현실은 송곳이고, 남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회사는 질풍 기획이다. 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미생송곳의 중간 지점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송곳이 르포 만화 내지는 다큐멘터리 만화라고 하고, ‘미생은 회사원 판타지 만화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데, 대략 그 중간 지점에서 르포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만화? 영화로 치자면 홍상수 영화 정도로 보면 될까요? 적당히 비굴하면서 적당히 신념은 있고, 그렇다고 너무 이상적이지도 않은 이야기를 그리려고 합니다.

       

      기대되네요. 만화계의 홍상수.

      빼주세요. 욕먹을 것 같아요. (웃음)

       

      조만간 수필집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지금 두 개 정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어린 시절 이야기에요. 어린 시절, 제가 살던 동

      네에서 벌어졌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룰 것 같아요. 거기에 그림이 들어가는 식으로 갈 거고요.

      다른 하나는 연재 끝나고 여행을 잠깐 떠날 거예요. 그 여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약 한 달 정도

      집에서부터 출발해 우리나라 한 바퀴를 쭉 돌 거예요. 그림 그리면서. 그건 아마 삽화 비중이 좀

      더 클 것 같아요.

       

      이번 호 주제가 <책상>이기 때문에 책상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하루 평균 책상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세요?

      깨어있는 시간엔 책상에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책상에 앉아 눈 비비고 책상에 앉아 밥 먹고요.

      책상에서 그림 그리고, 쉴 때도 책상에서 쉬고, 그러다가 잠자기 전에 책상을 벗어나죠.

       

      그럼 작가님 책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책상이 두 개예요. 앞쪽에 있는 책상엔 그림 그리는 것만 있어요. 그리고 뒤쪽에 있는 책상에는 음악 만드는 것들이 있고요. 제가 쉴 때도 컴퓨터에서 쉰다는 게, 그림 그리면서 쉬지는 못해요. 손이 너무 아프니까 그림 그리다가 뒤돌아서 음악을 듣거나, 만들거나 하면서 쉬고, 다시 뒤돌아서 일하고. 원래 회사를 그만둘 때는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근데 재능이 없더라고요.(웃음) 책상이 앞 뒤로 있고 디귿으로 되어 있는데 디귿 부분에는 키보드가 있어요. 그리고 기타, 현악기, 우쿨렐레, 비올라 이런 것들이 있고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책상에서 보내신다고 했어요. 작가님에게 책상이란 무엇인가요?

      책상이 제게는 세상이에요. 인터뷰 시작 전에 3일 만에 밖에 나오는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3

      내내 책상만 보고 있었어요. 책상에 앉아야 밥도 먹고 살 수 있게 해주고, 사람들이랑 이야기

      도 할 수 있죠. 또 무언가를 만들고, 보여줄 수 있는 게 책상이기 때문에 제가 보는 세상은 책상

      이에요. 그리고 그다음은 창문 밖에 세상이겠죠. 연재가 끝나면 책상 밖으로도 나갈 수 있겠지만,

      연재하는 동안에는 책상이 세상이고, 전부예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작가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만화가가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원래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재능이 없어서 만화를 그리게 됐는데, 그 이전의 꿈은 도서관을 만드는 거예요. 저는 도서관이라는 곳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지금 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을 북 카페나 서점이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가는 게 아니라 서점에 가고, 북 카페에 가죠. 그 역할을 원래는 도서관이 해야 하는 거거든요. 돈이 없어도 지식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런 혜택을 못 받고 자랐기 때문이에요. 좋은 책을 돈 안 내고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그 혜택을 받아서 자기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부가 창출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이상주의적인 마인드인데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해요.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누군가는 그 혜택을 받는 거잖아요. 저는 책 보는데 돈을 내야 하는 게 너무 싫어요. 그게 꼴 보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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